서울 토지거래허가제 ‘솜방망이’ 처벌 논란… 5년간 실거주 위반 단 6건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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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1만3000건 중 극소수 제재

임한상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4-23 11:02:04

▲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 본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스카이데일리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실거주 의무를 어긴 사례에 대한 행정처분이 사실상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5년간 거래가 1만3000건에 달했지만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실거주 위반 사례는 고작 6건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이 정도 수준의 단속과 처벌로는 투기 억제라는 정책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의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실거주 의무 위반으로 이행강제금이 부과된 사례는 총 6건이었다. 전체 거래 건수가 1만3000여 건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제재 비율은 0.05%에 불과하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대규모 개발 지역의 투기 억제를 위해 도입된 제도로 2020년 이후 서울 잠실·삼성·대치·청담 등 강남권 주요 지역과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등의 재건축·재개발 추진 지역까지 지정이 확대됐다. 주거용으로 토지를 취득할 경우 2년간 실거주가 의무다.

그러나 실제 이행 여부에 대한 점검과 처벌은 극히 드물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실거주 위반으로 부과된 이행강제금이 전무했으며 2022년 2건‧2023년 2건‧2024년 1건만이 적발됐다.

부과된 이행강제금도 정책 억지력으로 작동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위반 유형에 따라 취득가의 5~10% 수준으로 금액이 산정되지만 실제로는 공시지가나 대지 지분 등을 기준으로 책정돼 실거래가 대비 부담이 적은 편이다.

실제로 2022년 강남구에서는 실거주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임대한 사례에 3008만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됐으며 2023년 영등포구에서는 비거주 임대 사례에 1577만원이 부과됐다. 이외에도 성동구, 성북구 등에서도 수백만 원에서 2000만 원대의 금액이 부과됐으나 일부는 반복 부과에도 실거주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위반 사실이 드러나도 실거주 명령과 3개월 유예기간을 주고 이후에야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구조라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지난달 강남 3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역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하고 기존 지정 지역에 대해서도 실거주 실태 특별점검에 착수했지만 근본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실거주 확인 절차의 체계화와 반복 위반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가 병행돼야 제도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거주 의무를 어겨도 사실상 제재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 투기 억제는커녕 허가제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한상 기자 hsr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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