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217] 사랑에 대한 소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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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돌아오면, 봄?

김규나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1-21 06:20:08

‘우리 강무훤’이라고 말하는 용범 선배의 목소리가 가슴속에 메아리쳤다. 콧등이 매웠다.

“정하운 씨는 어제 미국으로 떠났소.”

유지오가 스마트폰을 끄고 화제를 돌렸다. 내가 일으킨 사건에 대해 긴급회의가 열리고 하운이 직접 경과를 보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일단 트러스트 미 한국 본부에서는 48시간의 유예 시한이 죽음에 대한 과도한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심리적 부작용을 일으킨 게 아닌가, 사건의 원인을 추측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향후 세계 어디서든 나와 똑같은 증상이 보고된다면 재단은 그의 회복을 돕겠지만, 내게 사용된 치료 약은 당분간 봉인될 거라고 했다. 악마의 발톱에 대한 나의 병원 기록은 전부 삭제되고 의학계의 공식적인 보고도 미루어질 것이다.

“마음의 힘이 육체와 물질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에 대한 연구는 중단되지 않을 것이오. 포기하지 않는다면 문제의 해답을 얻을 기회는 반드시 찾아오는 법이니까.”

유지오가 말했다.

“지금까지 이룬 모든 성공이 수없이 많은 실패를 통해 얻어진 결과인 것처럼 말이오. 그러니 이번 사건 또한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에 다다르기 위한 도약의 과정이라고, 그렇게 설득하겠다고 정하운 씨가 전해 달라고 했소.”

유지오는 의도하지 않았을 테지만 하운의 이름을 말할 때 그의 태도엔 승자의 당당함이 배어 있었다.

“언제 돌아옵니까?”

아직 그녀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려는 속셈이라도 있는 것처럼, 내가 물었다.

“두 달 정도. 첫 재판도 그때쯤 시작될 거요.”

유지오는 담담히 말하며 가방과 서류를 챙겼다.

“그녀가 돌아오면, 봄이겠군요.”

나는 그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유지오가 가방에서 꺼낸 상자 하나를 내 앞으로 밀었다.

“정하운 씨가 보내는 새해 선물이오.”

검열받은 것이니 방으로 돌아가 열어 보라고 했다. 유지오가 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깎듯이 눈인사를 한 그가 면접실을 나갔다.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은 나도, 그도 하지 않았다.

태양은 아직 떠오르지 않았고, 어둠은 안간힘을 다해 힘껏 버티고 있었다. 한강의 까만 물결 위로 도시의 불빛들이 어지럽게 흔들리며 반짝거렸다. 유리는 죽었을까. 부러진 날개를 파닥이며 날아오르는 새처럼, 여의나루역 3번 출구까지 단숨에 뛰어 올라온 나는 허리를 꺾어 두 손으로 무릎을 짚었다. 쇳소리가 목구멍을 긁어댈 만큼 숨이 찼다. 뒤를 돌아보았지만 쫓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천천히 어깨를 세우고 손바닥을 가로등 불빛에 비춰 보았다. 창백하게 들러붙어 있는 검붉은 피를 주먹 안에 꼭 움켜쥐었다.

여의도 안내센터를 지나 휘정휘정 한강공원으로 들어섰다. 영원히 해가 뜨지 않을 것처럼, 구름인지 어둠인지 구분되지 않을 만큼 새벽 하늘은 캄캄했다. 밤새 꺼지지 않았을 빌딩과 아파트의 불빛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환하게 밝힌 가로등이, 부지런히 출근을 시작한 도로 위 자동차들의 질주가, 달리기와 라이딩으로 신선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여유 있게 아침을 시작한 사람들이 하루를 깨우고 있었다.

[글 김규나 일러스트 임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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