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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부산 전체에 활기가 사라졌다. 부산이 죽었다는 이야기도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부산 주민은 쓸 돈이 없고 자영업자들도 사업을 유지할 돈이 없을 뿐 아니라 관광객들은 한 번 찾고 다시는 안 온다. 서서히 다가오던 죽음이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부산 대표 여행지 중 하나인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회센터에서 40여 년 동안 칼을 갈아 온 칼갈이 전문업자는 15일 스카이데일리의 “광안리 일대에 줄폐업 현상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하며 한숨을 푹 내쉬어 보였다. 조기 대선을 60일 앞둔 현재, 스카이데일리는 ‘벼랑 끝 자영업자’ 줄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부산 바닥 민심을 훑기 위해 부산 양대 관광지인 수영구와 해운대구 광안리·해운대 관광특구를 찾아 소상공인과 시민을 만나 이들의 솔직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코로나19 당시보다 현재의 경기 불황이 훨씬 더 심하다고 한탄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도 정치권에 대한 일말의 기대조차도 없다는 냉담한 반응도 이어졌다.
부산 명소인 광안리해수욕장 일대는 ‘외국인 관광객 10만 명’을 맞아 ‘100만 명 도약’을 위한 광안리 관광특구를 위한 정치권의 입김에도 불구하고 민락수변공원 일대 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1층 상가 촌은 경기 불황을 반증하듯 텅텅 비어 있는 모습이었다.
실제 국제청등에 따르면 2024년 한 해에만 해도 부산 내 5만6000여 명의 자영업자가 폐업했다. 외식업 폐업 점포 수는 8만4195개로 직전년도(2023년) 대비 각각(5만 868명·7만8326개) 가파른 하락률을 보인다. 문제는 회복될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해수욕장 인근에서는 2010년 중후반만 돼도,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민락회타운·민락회촌·민락횟집에는 이날 오후 점심시간에 채 열 명의 손님도 받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복수 경제전문가들은 부산 자영업자 폐업은 내수 침체·고금리·인구 감소·고령화 등의 구조적 취약성 등 복합적 요인으로 최근 수년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윤석열정부는 남부권 경제·산업의 중심축으로 육성하기 위한 지방시대 종합계획(2023~2027)·기회 발전 특구 지정 등의 지역 발전 종합 개혁을 이끌었다. 이외에도 △부산 특별법 제정 추진 △가덕도 신공항 건설 △북항 재개발 △산업은행 부산 유치 등을 이끌었으나 이번 탄핵 정국을 맞아 모두 ‘전면 중단’ 된 상황이다.
실제 현장에서 접한 정부·지자체·민간 합산 수천억 원의 막대한 예산이 소모됐던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실망과 분노 및 허탈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민락회타운에서 부부가 장사를 하고 있다고 밝힌 자영업자 A 씨는 “저녁 장사만 하던 것을 장사가 안돼서 점심 장사까지 하게 됐다. 오늘 세 테이블도 못 받았다”며 “매출 장부 안 본 지 얼마나 됐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혀를 찼다. 그는 “사람이 다녀야 임대도 나가는데, 사람들 코빼기도 안 보인다”고 했다. 그는 비상계엄 관련해서도 “보복성 아니었냐”라고 되물은 후 “그래도 부산은 어쩔 수 없다. 보수 단일화 후보 뽑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회 타운 인근 놀이터에서 만난 민락 회타운 횟집 사장 C 씨도 “마수걸이도 못 하고 있다”며 “전에는 몰려드는 손님들의 주문에 정신없이 횟감을 팔았지만 지금은 가게마다 손님이 없어 다들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했다. C 씨는 “정치가 뭔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할 바에야 하지 말아 달라”고도 했다. 그는 “코로나19 때부터 더 심하다. 인건비와 물가가 두 배씩 치솟는데, 주머니에 돈 있는 사람이 없으니, 구경만 하다가 간다”고 혀를 찼다.
이곳에서 만난 택시 기사는 불경기의 원인을 ‘부산 엑스포 탓’으로 돌렸다. 그는 “윤석열정부가 부산엑스포를 유치한다면서 정치 로비하고 돈을 펑펑 썼다. 부산 사람들은 사우디에 이기지 못할 것 알면서도 희망 고문만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부산엑스포 유치됐으면 지금 돈도 돌고 사람도 많았을 것이며 도로도 새로 깔리고 건물도 올라갔을 것이고 윤 정부도 탄핵당했을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부산 지역구 몇 선씩 하는 정치인 중에 부산 사정 제대로 봐주는 이들 본 적이 없다”며 “건물 짓고 부동산 가격 올리면서 본인들 정치 성과만 홍보했고 그 때문에 제조업체들은 전부 마산 창원으로 빠지고 젊은이들 빠져나가고 빈 건물과 노인만 남은 도시가 됐다”고 분노했다.
해운대의 심각함도 마찬가지다. 해운대 관광 거리뿐만 아니라 가장 대표적인 해운대 해수욕장 앞 레스토랑과 술집 등이 즐비하던 거리도 휑한 모습이었다. 초고층 아파트 주상복합 1층에 위치한 수입 자동차 및 골프복 등을 판매하는 비교적 사치 제품을 취급하는 업장들도 텅텅 비어 있는 모습이었다. 곳곳에 위치한 초고층 아파트 분양 사무소도 마찬가지였다.
해운대 마린시티에 거주한다고 밝힌 50대 중반 주민은 부산의 보수정당 위기론에 힘을 더했다. 그는 “영남(부산·울산·경남)은 막대기만 꽂아도 국민의힘이라고 하지만, 최근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의 별세에 속 시원하다는 부산 주민도 숱하다”며 “덮어놓고 보수정당만 뽑아주니 부산 시민을 호구로 취급하고 지역구 관리를 하나도 안 한다”고 했다. 그는 “부·울·경 현역 국민의힘 의원과 영남권 노인(중견 정치인)에 대한 부산 주민 분노는 상상을 초월한다”며 “표받을 때만 내려올 거면 오지 말고, 지역구 관리 똑똑히하라”고 경고했다.
부산=장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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