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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임대주택 시장이 해외 대형 투자자들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이동하는 구조적 변화에 더해 한류 콘텐츠 붐과 해외 관광객 유입이 늘면서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한국을 아시아 투자 거점으로 택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주택 월세 가격은 2023년 6월 이후 2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격이 고점 부담에 주춤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월세 수익형 자산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미국의 그레이스타, 호주의 더리빙컴퍼니 등 글로벌 주거 전문 운용사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두 회사는 각각 수십조 원대 자산을 굴리는 거물이다. 20~30년 장기 투자 전략을 내세우며 한국에 사무소를 열고 개발·운영에 나서고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핵심은 ‘기업형 임대주택(BTR·build-to-rent)’이다. 단순히 월세 수익을 창출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공유 주방·피트니스·커뮤니티 라운지 등 부대시설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서울처럼 1~2인 가구 증가 속도가 가파른 도시에서 대학생·청년 직장인, 나아가 은퇴 세대까지 다양한 수요를 끌어올 수 있다. 실제로 서울의 1인 가구는 2015년 대비 2023년에 46% 늘어 전체 가구의 40%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 한류 콘텐츠 열풍과 해외 관광객 증가도 투자 매력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투자사들은 K-팝과 드라마를 즐기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 유학생·직장인·관광객 수요가 임대 시장의 장기 성장성을 뒷받침할 것으로 본다. 단기 숙박과 장기 체류가 혼합된 새로운 형태의 주거 수요가 늘어나면서 임대주택은 단순한 주거를 넘어 글로벌 문화 소비의 거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모건스탠리, KKR 등 해외 대형 자본도 한국 임대주택 개발에 수천억 원을 투입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는 공유주거 운영사인 엠지알브이와 5000억 원 규모 합작사를 세워 주요 업무지구·대학 인근 1200세대 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영국 부동산 투자회사인 M&G리얼에스테이트에 인수된 서울 중구 황학동의 한 오피스텔은 이르면 9월 말 임대를 시작한다.
이들은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설계·시공·운영까지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국내 시장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비(非)아파트 자산인 오피스텔·빌라의 매매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반면 월세가 꾸준히 오르면서 저가 매입 후 안정적 임대수익 전략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전문가들은 한국 임대시장이 전세 중심에서 월세 중심으로 전환하는 시점에서 해외 자본 유입이 시장을 본격적으로 바꿔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김인만 경제부동산연구소장은 “공공임대만으로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본력과 운영 노하우를 갖춘 해외 기업형 임대주택이 대안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 주택임대차보호법 등 규제가 기업형 임대주택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임대료 2년 계약 갱신기준 5% 인상률 제한이 수익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는 규제를 피한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며 한국 시장 확대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월세화와 한류 붐이라는 구조적 흐름 속에서 한국은 아시아 임대주택 시장의 전략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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