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 대만 침공=대참사… TSMC 유치=국가안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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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146조 원 신규 對美 투자… “고임금 일자리 창출” 자평
“세계 최강 AI 반도체 상당 부분이 미국에서 제조될 것”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3-05 06:13:55

▲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TSMC의 146조 원 규모 신규 투자를 맞아 웨이저자(오른쪽) TSMC 최고경영자와 면담한 후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을 대동하고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중국의 대만 침공’ 문제 관련해 “(실현된다면) 대참사(catastrophe)가 될 것”으로 짚었다. 이날 오후 대만의 웨이저자(魏哲家) TSMC 회장과 면담한 뒤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을 대동한 기자회견 석상이었다. 대미 반도체 수입품에 고율 관세가 예고된 가운데, TSMC의 1000억 달러(약 145조9000억 원) 신규 투자를 알린 자리에서 트럼프는 “적어도 우리에게 이 매우 매우 중요한 사업을 통해 TSMC가 미국 내 대단히 큰 부분을 차지할 위치를 제공할 것”이라면서 이렇게 밝혔다.

트럼프는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기업인 TSMC의 이번 투자로 중국의 대만 고립화 내지 점령 시도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 취재진이 묻자 “훌륭한 질문”이라며 “분명 매우 재앙적인 사건일 터인데, 최소한 (TSMC의 대미 투자로) 매우 중요한 사업의 일부가 미국에 있도록 한 것”이라고 답했다. ‘TSMC를 더 안전한 곳에 있게 했다, 대만 섬이 어찌되든 알 바 아니다’로 읽는다면 본질을 놓친다. 트럼프 발언은 중국 견제의 궁극적 과제를 재천명한 것으로 읽어야 할 이유가 훨씬 크다.

대만 수호를 선명한 워딩으로 내세우면 중국만 자극할 뿐 실익이 적다. 현대 대만은 엄연히 중국과 분리된 자유민주국가지만 중국으로선 포기 못한다. 그 배경을 알수록 당분간 현상 유지가 최선이라는 것, 트럼프처럼 실질적으로 중국을 약화시켜 도발을 막는 효과에 주목하게 된다. 미국 주도의 우크라이나 평화협상 노력 또한 전쟁 수행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중국에 포섭된 러시아 떼어내기’라고 볼 수 있다. ‘나라를 지키는 신령스러운 산’(護國神山)이 TSMC의 별명이다. 대만인들에겐 ‘TSMC 덕분에 중국은 우리를 함부로 못한다, 다만 점령 당할 순간엔 스스로 TSMC를 폭파시켜야 한다’ 등 자부와 비장감이 엇갈린다.

이날 트럼프는 “TSMC가 향후 단기간에 최첨단 반도체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최소 1000억 달러를 새로 투자해 애리조나주에 5개 제조시설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이 수천개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 오늘 발표로 TSMC의 대미 투자가 모두 1650억 달러다. 미국과 TSMC에 엄청난 일”이라며 기쁨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세계 최강의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바로 이곳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고 그 중 상당 부분을 TSMC가 만들게 된다”면서 이것이야말로 “경제안보를 넘어 국가안보의 문제”임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혼다·애플 등의 최근 투자 발표를 거론하면서 “다른 여러 회사들이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이다. 과거엔 이런 일이 없었다”며 미국에서 생산해야 관세를 피할 수 있음을 거듭 언급했다. 이어 “그게 정확히 웨이 회장이 하는 일이다. 만약 대만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보낼 경우 25%, 30%, 50% 등 비율의 관세 부과 대상이다. 수치는 계속 올라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웨이 회장은 (비즈니스) 게임에서 훨씬 앞서간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 회장을 띄움으로써 자신의 정책에 더욱 의미부여를 한 셈이다.

트럼프는 “웨이 회장이 지금 이 방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며 특유의 어법으로 치켜세우기도 했다. 웨이 회장은 TSMC의 대미투자가 트럼프1기 때인 2020년 시작됐음을 언급한 뒤 새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과 지지에 사의”를 표했다. 2020년 당시 TSMC는 2020년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를 투입한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내놨으며 이후 투자 규모가 650억 달러로 확대됐다. TSMC 미국 공장에선 작년부터 대량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바이든정부(2021~24년) 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반도체 대미 투자 시 66억 달러(약 9조2000억 원) 지급이 약속됐다. 트럼프는 이 반도체 업체 보조금에 시종일관 비판적이었으며 지난 대선 때 반도체 산업 유치를 위한 보조금 지급 대신 수입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면 업체들이 미국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업계에선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게 제공될 것으로 기대되던 보조금이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러트닉 상무장관 역시 1월 인사청문회에서 반도체법에 대해 “그것들을 검토해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면 재검토를 암시한 상태다. 러트닉은 이날 TSMC 투자발표 행사에서 “바이든정부 때 TSMC에 간 60억 달러의 보조금이 650억 달러 투자를 촉진시켰다. TSMC가 이곳에 (공장을) 짓도록 그 돈(투자예정금액)의 10%를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비해 TSMC의 이번 신규 대미 투자는 보조금 아닌 관세 정책 덕분이라며 “그들이 관세를 피할 수 있기에 미국으로 온 것이다. 지금 여러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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