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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이 나무...'))
곶 둏코 여름 하나니(꽃 좋고 열매가 풍성하니) 사람들은 이 나무를 매실나무라 한다. 국가표준식물목록의 정식 명칭은 매실나무지만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화나무라고 부른다.
3월이면 봄의 전령사 매화가 우리를 찾아온다. 조용미 시인은 탐매행(探梅行)이라는 시에서 ‘한 조각 꽃잎이 떨어져도 봄빛은 줄어드는 것을’이라고 노래했다.
벚꽃보다 한발 앞서 봄소식을 전해주는 꽃 ‘매화’. 그윽한 향기를 만방에 흩날리는 매화는 군자의 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군자 중 유일하게 열매를 얻을 수 있어 서민의 삶에 보탬을 주는 실속 있는 꽃이기도 하다.
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의 매화는 유달리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양적으로 압도적인 데다 특별한 스토리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섬진강 새댁을 찾아온 매화 한송이
광양이 지금의 매화마을을 이루게 된 것은 1966년, 홍쌍리 여사가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이곳 산기슭에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다른 나무도 많은데 왜 하필 매화였을까.
항구도시 부산에서 전라남도 광양 산골로 갓 시집온 새색시는 낯설고 물 설은 타지에서의 하루하루가 외롭기만 했다.
입춘도 지났건만 여전히 차가웠던 2월 어느 날 새벽, 샘에서 물을 길어 집으로 오던 새댁은 바윗돌에 그만 주저앉았다. 그예 참았던 눈물이 터진 것이다. 고향에 두고 온 어머니·아버지… 가족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못 견디게 고향이 그리웠다.
한참을 주저앉아 우는데 흰 눈 속에서 꽃 한 송이가 말을 걸어 왔다. 갓 꽃망울을 터트린 매화였다. 울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라고, 이곳은 아름다운 곳이라고, 매화가 말하고 있었다.
문득 고개를 드니 눈앞으로 안개 서린 섬진강이 굽이굽이 펼쳐져 있고 저 건너편에는 지리산이 늠름하게 버티고 있는 게 아닌가.
자기가 발 디딘 곳의 아름다움을 비로소 깨닫게 된 홍쌍리 여사. 당장 그곳을 꽃동산으로 만들기로 하고 틈날 때마다 매화를 심기 시작했다.
매화는 꽃만 좋은 게 아니었다. 모기 물린 자리에 매실을 문지르면 가려움이 멎었고 배탈·설사나 소화불량에 걸려도 따뜻한 매실청 한 컵이면 금방 나았다. 홍쌍리 여사 본인은 매실 농축액으로 류머티스 관절염을 고치기까지 했다.
청매실농원축제가 광양매화축제로
아무도 찾지 않는 산골에 소리 없이 피어난 매화를 세상에 알린 것은 봄바람이었다. 바람에 실린 향기를 따라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1994년 드디어 ‘홍쌍리청매실농원’이 문을 열게 되었다.
이듬해인 1995년에는 매화마을을 배경으로 ‘청매실농원축제’가 열렸다. 첫해에만 3000명의 손님이 다녀갔다. 1997년부터는 광양시가 나서서 ‘광양매화축제’로 행사를 확대했다. 소문은 점점 퍼져 어느덧 100만 명이 찾는 봄축제로 자리 잡게 됐다.
올해가 24회로 7일부터 16일까지 광양 매화마을에서 매화축제가 열린다. 이번 축제는 광양 매화마을이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된 것을 기념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방문객을 만난다.
한국 관광 100선 탐방 이벤트에서는 매화문화관·수월정·장독대 등 광양 매화마을을 대표하는 5곳 중 1곳의 인증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준다.
광양의 마스코트 매돌이를 형상화한 열쇠고리·베개·동전 주머니·주차번호판 등 굿즈도 판매하고 광양(매화)·담양(대나무)·함평(국화)·신안(난초)의 4개 시·군이 참여하는 사군자 테마관도 운영한다.
축제 기간 광양에서 소비한 5만 원 이상 영수증을 응모함에 넣으면 추첨을 통해 골드바·스마트 워치 등을 주는 경품 이벤트를 진행한다. 또 △섬진포구 일원에서는 요트 △둔치 주차장에서는 열기구△ 망덕포구에서는 집와이어를 체험할 수 있다.
홍쌍리 여사의 ‘청매실농원’ 한쪽에 마련된 장독대는 이곳의 큰 볼거리다. 길쭉한 경상도 항아리와 달리 전라도 항아리는 동글동글한 게 특징이라고 한다. 부산 아가씨가 전라도 항아리에 반해 한 개 두 개 모으기 시작한 게 2500개가 됐다. 이 항아리 안에서는 매실 농축액이 무르익고 있다.
장독대 외에도 청매실농원 안에는 임권택 감독이 영화 ‘취화선’을 찍었던 초가집 세트와 꽃동산의 정취를 돋우는 팔각정이 포토 포인트로 자리 잡고 있다.
축제 날이 아니더라도 매화가 피어있는 동안 농원 입구 큰길에서부터 동네 어르신들이 좌판을 벌이고 매화꽃과 매실청·고사리나물·달래 등속을 판다. 마치 장날을 맞은 듯하다.
마을 구경 못지않은 쫓비산 트래킹
복잡한 것이 싫다면 광양매화마을을 에두르고 있는 쫒비산(537m) 줄기를 따라 매화를 즐겨도 좋다. 우리말 이름인 쫓비산은 산의 형태가 ‘쪼삣’하다는 뜻에서 왔다는 설과 섬진강의 물빛이 ‘쪽빛’인 데서 유래했다는 설 두 개가 있다.
섬진강 550리 물길의 한 지점에 자리 잡은 쫓비산은 백운산(1216m)을 모산으로 한다. 가깝게는 10만 그루 매화나무를, 멀리는 지리산 능선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특별한 산이다.
전남 광양 못지않은 매화 포인트가 강 건너 경남 하동에도 있다. 섬진교를 사이에 두고 하동과 광양이 갈리는데 섬진강변 어디서나 매화를 가꾸므로 강줄기를 따라 호젓한 매화 여행을 떠나볼 수 있다.
특히 지리산 기슭의 작은 산골마을 하동 먹점골은 화개장터를 지나고 흥룡마을을 지나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한참 들어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또 다른 매화 명소다.
해발 400ｍ 마을에는 3만5000여 그루의 매화나무가 자라고 있다. 광양 매화마을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그렇기 때문에 덜 붐비면서 색다른 매화 정취에 젖을 수 있다. 이곳에서도 이맘때면 소규모의 매화축제가 펼쳐진다.
그밖에 재첩 산지인 하동 하저구마을도 숨겨진 매화 명소로 꼽힌다. 섬진강 언덕을 따라 매화나무가 심어져 있어 탁 트인 전망이 강점이다. 재첩국 한 사발까지 맛보고 오면 금상첨화.
구봉산전망대에 핀 매화꽃 한 송이
매화는 매화마을에만 있는 게 아니다. 호남정맥의 끝인 백운산 남쪽 구봉산(473m)에도 매화 꽃봉오리가 피어있다. 9.4m의 메탈아트 봉수대 구봉산전망대가 그것이다. 과거 봉수대가 있었던 자리에 세워진 이 현대식 봉수대는 매화꽃 봉오리를 쇠로 이미지화한 것이다.
꽃잎은 12지간과 12개 읍면동을 표현한 것으로 빛의 도시·철의 도시라는 광양의 이미지를 특수강과 LED 조명을 이용해 21세기의 봉화로 다시 태어났다.
그밖에 정상부의 지형이 한반도 지형과 유사한 점을 이용해 공중의 해안 산책로를 조성하고 자생 진달래와 철쭉을 심어 자연환경을 최대한 이용하는 조경을 선보인다.
전망대에 오르면 광양만과 광양시 전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광양만권은 광양항·여수국가산업단지·광양제철소를 포괄한다.
광양만은 대형 선박이 자유로이 입·출항할 수 있는 20m 수심의 천연 수로와 산과 섬으로 구성된 자연 방파제에 둘러싸여 있어 1983년 포스코 광양제철소 부지로 낙점되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고급강 위주의 다품종 소량 생산에 치중한다면 광양제철소는 열연 및 냉연제품 위주의 소품종 대량생산에 주력한다는 특징이 있다.
구봉산은 정상부 하단 주차장까지 차량 진입이 가능해 일출·일몰을 감상하기 위한 방문객이 끊임없이 찾고 있다. 야경도 유명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대한민국 100대 야경 명소에 든다. 광양제철소·이순신대교·광양항·여수산단이 뿜어내는 화려한 불빛이 검은 바다와 어우러져 색다른 감흥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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