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도약 2.0 시대 열자下] 반쪽 국산 무기 탈피 ‘선택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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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기술·부품 美·獨 의존 심각… 외국 허가 받고 무기 만드는 격
완전 국산화돼야 이윤 극대화… 기술개발 과감한 脫규제 대응책 필요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18 22:00:00

▲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4.5세대 전투기로 자체 전투기 개발 능력 확보했으나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F414' 엔진 설계도를 받아 한국에서 라이선스 생산해 사실상 심장은 미국산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연합뉴스

세계 4대 강국을 꿈꾸는 K-방위산업(방산)이 뛰어넘어야 할 개혁 과제로 기존 내수 중심 산업을 뜯어고쳐 ‘수출’을 위한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정책·제도적 혁신으로 요약된다. 미국 등 방산 선진국 기준에 맞는 탈바꿈 수준의 군 전력 획득 구조의 일대 변환이 요구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수출 담당 미국 변호사로 활약했던 김기동 법무법인 슈가스퀘어 변호사는 18일 본지 인터뷰에서 ‘기술 독립 없는 반쪽짜리 국산 무기’를 한국 방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김 변호사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판매하더라도 핵심 기술이나 구성품은 미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며 “미국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에 따라 미국 내부 핵심 구성품 수요 상황으로 국내에선 부품 공급이 어려울 수 있고 제품 생산 중단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핵심 부품 조달의 미국 의존은 곧 미국의 허가를 받고 무기를 생산하는 것과 다름없어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는 설명이다. 그는 “100% 수입에 의존하는 핵심 부품에 대해 외국 정부가 수출 허가서를 늦게 발급하면 우리는 완제품을 판매할 수 없는 제약이 따라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 방산업계에서는 ‘엔진’과 같은 핵심 기술 대부분을 미국·독일 등 방산 기술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어 과연 완전한 국산 제품으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다. 방산업계는 부품과 가격 기준으로 국산 비중이 60%를 넘으면 ‘메이드 인 코리아’로 인정하는 무기 국산화율 산정 기준을 적용한다.

현대로템의 K2 흑표전차의 경우도 심장 격에 해당하는 엔진과 변속기는 독일제를 쓰고 있다. 최초의 국산 전투기 KAI의 KF-21도 엔진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F414’ 엔진 설계도를 받아 한국에서 라이선스 생산하고 있다. 무기 수출 이윤을 높이기 위해 핵심 기술 국산 부품화가 절실하지만 정작 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제도·정책적 규제 전봇대가 너무 심각해 자체 개발을 가로막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사정을 잘 아는 방산 기업 대상 수출입 관련 업무를 해 온 지자체 관계자는 “군 전력 획득 사업 자체가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정하는 가격에 민간 기업들이 납품하는 방식인데 원가와 사업비가 정해지는 기준도 모르고 알 수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막상 실무자들은 정부에 의해 왜 해당 가격이 제안되는지 도무지 이해를 못 하는 데다 고정가에 최저가 입찰하는 형식이 유지되니 자유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100% 수입에 의존하는 부품 가격 같은 경우는 가격 등락 폭이 있어 정부 제안 가격에 맞추지를 못하면 아예 생산 자체가 안 되는 경우도 많다”며 “정부 주도의 일방적 입찰제도부터 자율 경쟁 구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수출 문제는 더 심각하다”며 “해외에는 품질보증을 인증하는 방식이 있지만 우리 방산은 내수에 초점이 맞춰져 대부분 국제규격에 맞는 게 없다”고 실태를 전했다. 그는 “가장 기본적인 인증 기준부터 국제 표준에 맞추지 않는 한 방산 수출 강국은 어불성설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주도의 군 전력 획득이 혁신기업 성장에 발목을 잡는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취재 중 만난 군용 안티드론 시스템을 개발 중인 기술회사 대표 A씨는 “이스라엘은 방산업체를 민영화하고 국방 무기체계 조달을 경쟁 입찰시킨 데다 정부는 공정 경쟁으로 선발된 800여 개 소수 정예 방산 혁신 기업 지원에 선택과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싼값에 외국 부품을 사와 조립한 뒤 완제품을 판매하는 데다 군납 비리와 방산 비리, 더 나아가 잇단 입찰 부조리로 예산액이 낭비되는 국내 실정과는 아예 다른 차원”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주장에 김영인 중앙대 인공지능(AI) 국방대 교수는 ‘입찰제도’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최저가 입찰로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구하면서 부조리와 불합리가 이어진다”며 “개발 기간과 비용이 절충돼 입찰이 이뤄지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개선점을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특정 제품이나 설루션을 제품화하기 위해선 확인·검증·인가를 단계별로 거쳐 기술력을 완벽하게 평가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 과정을 건너뛰고 전력 획득 사업이 이뤄지면 실력 없는 방산기업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게 된다”고 현실적인 우려를 전했다.

수출을 위한 금융지원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업체들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수출금융 지원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미국은 수출신용보증을 제외하고도 대외군사재정프로그램(FMFP)을 추가로 운용하며 자금을 조달한다”며 “우리나라도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 공사의 지원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방위산업에 초점을 맞춘 전문적 수출 지원 제도를 따로 둬야 한다”고 밝혔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